*받은 글




無限大=無限小, 그식을어찌증명하느냐고누가묻던가나는답한다그한없음에허무를느꼈노라고.


내가 죽은 이후에도 시간은 흐를 것이다. 그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담 無에 관하여 글을 써볼까. 하고 펜을 들면 내겐 온갖 검은 것들에 관한 글이 나온다. 곱게 갈린 먹, 눈이 나린 산의 윤곽. 깊은 밤의 어둑한 바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새카만 파도 소리. 감은 눈. 타인의 눈동자. 굳어버린 피. 외로움, 그러다 종국에는 '죽음' 두 글자를 적는다. 그렇담 이제 흰 것들을 적어볼까.  눈, 구름, 흰 떡,  말갛게 웃는 아이의 웃음. 뜯지 않은 약, 얼룩이 없는 흰 옷, 갓난 아이를 싼 강보, 각혈을 뱉기 위한 흰 무명천. 그리고 그 끝에는 어쩌면 당연스럽게도 '생' 한 글자가 자리한다. 그렇담 이 세상의 흰 것은 더렵혀지기 위해 태어난 것인가. 하는 물음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감히 말하자면 나는 현재를 산다. 이렇게나마 글을 쓴다. 삶도 죽음도 전부 잊은 채로.


쉼없이 걸어온 이 길이 나에겐 有用하였는가 혹은 無用하였는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웃으며 그저 사랑했노라. 답할 것이다. 어떠한 형태이건 나는 나의 생에 있어서 가장 완벽하지 않은 형태의 사랑을 맛보았으므로. 아주 완벽했노라 말할 것이다. 나의 현재의 그 시점에서의 점들은 그 순간의 현재였으므로 내가 글을 쓰는 순간들이 행복했다면, 모든 순간들마다 건너의 이를 사랑했노라고. 그러니 그 왈츠는 엇박이었으나 엇박이 아니었노라고. 모든 걸 버릴 수 있다는 그 마음으로 글을 썼으니.


0엇갈리는 손이 이곳에 있다.

1오로지 하나일 수밖에 없는 점이 이곳에 있다.

2어떤 형태의 맞닿음인가 그 방향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3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이 있다.


결핍이란 때로는 어떤 위대한 것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결핍을 날개 삼아 달리는 당신의 두 발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나의 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다. 거진 문드러진 덩어리가 되어버린 나의 숨. 끝내 닿지 못할 온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렇게 점을 찍는다. 오로지 하나로 존재할 마지막 온점.




추신. 보내주신 시 잘 읽었습니다. 하여 다른 시를 하나 더 보내드립니다. 답시는 아니지만... '점'이 어떤 이들에게는 글자라는 생각에 1년 전에 썼던 시입니다.



야금야금 어린 애들 까끔살이 하듯이

가만가만 어린 애가 걸음마를 하듯이

일렁이는 태양이 내 하얀 눈에

살며시

주황빛으로 노크하며 찾아올 때

그때 나는 글자를 읽었지

더듬더듬 손 끝으로 내 세상을.

京城府 堅志洞 六十番地 明日日報 編輯室 七人會 所屬 小說家 金海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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