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 前_20

光 前 히카루상.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바람은 더욱 매서워지고 공기는 살을 에듯 차갑습니다. 눈발은 사정없이 날리고 저는 편지가 젖을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펜을 놀립니다. 곧 한 해가 작별을 고할 때가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역병은 여전합니다. 히카루상께서도 부디 조심하시길 바라며 이만 편지를 줄입니다. 따뜻한 떡국에 쇠고기를 넣어 든든하게 드시고 새해 복 많...

光 前 오늘도 안녕하신지요. 시간선 편집실에 투서가 와 많이 놀라셨지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는 언제나 당신의 편이랍니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지요. 크게 마음 쓰지 마시고 기운내세요. 우리에겐 독자님들께 우리의 글을 읽으라 강요할 수 없으니 알아서 걸러내겠지 하구 한 번만 더 믿어봅시다. 十二月. 二十一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날이 더 추워졌습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이 흐리지만 당신을 쫒는 제 마음만은 맑기만 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결같이 당신의 답장과 원고를 기다리겠습니다. 十二月. 十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히카루상. 오늘은 날이 더 차가워졌습니다. 눈이 올 것만 같은 내음이 숨을 죽이고 저는 편지에 그것들을 녹여내려 애씁니다. 고뿔을 조심하세요. 편지와 원고를 기다리겠습니다. 十一月. 三十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히카루상. 벌써 11월의 하순이 다가왔습니다. 며칠 전 비가 퍼붓더니 오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네요. 고뿔 조심하시고 글 작업은 쉬어가며 해도 괜찮으니 건강을 염려하세요. 금방이라도 눈이 나릴 것같은 내음이 가득입니다. 첫눈을 당신과 보고싶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요. 원고를 동봉합니다. 十一月.二十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히카루상. 이번에도 편지가 하루 늦었습니다. 당신께 드릴 초코레또를 바른 양과자를 만드느라 그랬습니다. 하지만 참담하게 실패하여 그만 미츠코시에서 파는 어여쁜 과자로 대체하여 보냅니다. 미흡한 결과에 마음이 흐립니다. 정성이라고는 당신께 드리는 글줄 몇 자 뿐이어 죄송합니다. 이런 결과로 소설의 페-지를 열 장 정도 늘려 작업하였으니 부디 읽어주시길...

光 前 히카루상. 이번은 편지가 하루 늦었습니다. 오늘이 세상을 뜬 이들이 이승으로 소풍을 나오는 날이라고 하여 퍽 시끄러웠기 때문이지요. 날이 차고 따뜻하기가 반복입니다. 부디 고뿔을 조심하세요. 十月 三十一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생의 끝에서 당신을 마주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의 손 끝에 입 맞추리다. 당신과 함께 글로써 영원히 세상에 남을 수만 있다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으리다. 十月. 二十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히카루 상. 날이 급격히 따뜻해졌다 차가워지기를 반복하는 요즘입니다. 여전히 고뿔 조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이번 소설을 처음 보았을 때의 설렘을 히카루상께서도 짐작하셨겠지요? 참으로 엄청났습니다. 지난번 등단 일은 이제야 제대로 사과를 드립니다. 그러니 부지 편지를 멈추지. 말아주세요. 이제 제겐 당신의 글 줄만이 한 줌 희망입니다. 부디 답장을 보...

光 前 히카루상. 내일이 한가위라고 합니다. 당신처럼 밝은 달빛을 구경하다 자연스레 소원을 빌테지요. 맛난것 많이 드시고 어여쁜 소원을 비세요. 당신의 소원만큼은 부디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九月 三十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요즘 편집실엔 퍽 신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유성기가 녹음도 되니 제 벗인 윤이는 매번 거기다 대고 노래를 하고는 합니다. 무어... 얼마 가지 않아 금세 빼앗기지만요... 어제 저녁에는 아무도 없기에 당신의 이름을 조그맣게 불러보았습니다. 당신께서 보내주신 편지의 구절도 읽어보았지요. 한참을 그러다 당신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잠들고는 합니다. 아. 히...

光 前 언제나 연모하는 히카루상. 九月이 벌써 열흘이나 지났습니다. 날은 점차 차가워지고 초록빛이던 이파리가 태양만큼 노랗게- 핏덩이만큼 붉게 번져갈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히카루상. 부디 건강 유념하세요. 저 또한 당신께서 편지에 담아주시는 마음을 기꺼이 받겠습니다. 한결같이 당신의 답장과 원고를 기다리겠습니다. 九月 十日. 海振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