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일화

애정한다. 편지를..... ----는 이를. 쓰는 ---42% 전하는--58% 밝은 낯이 점차 어두워지는 것을 모르는 척하였다. 편지를 건네는 손의 떨림이 멎었다가 다시 시작되던 것을. 자고 일어나면 손 끝에 묻어있던 잉크 자국들을. 흰 옷에 튄 얼룩들을. 고통스럽다. 이 원고의 끝을 모르는 것이-----33% 진실을 거부해야하는 이기심이---67% 천천히...

22.08.22~22.08.25

걸음이 더뎠다. 날이 추운데다가 シャツ에 ベスト만 걸친 탓에 사시나무 떨듯 온 몸이 떨렸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집으로16.7%정처없이 걷는다.41.7%벗에게41.7%다시 돟아간다.0% 걷는다. 온 몸을 수그리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李 昀'이라 쓰인 명패가 눈에 들었다. 내가 무슨 염치로 이곳에 왔나. 무슨 정신으로 이...

22/06/01~22/06/04

오랜만에 밤마실을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달빛이 한 점도 없어 거리는 몹시 어둡지만 집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들어갈 요량이었다. 거리를 걸으며 편지가 어째서 오지를 않나 생각하다 보니 아뿔싸, 상점이 즐비한 밝은 곳까지 걸어와버렸다. 헌데 이상했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돌아간다.18.8%아무 가게나 들어간다.81.3%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리...

22.03.27~22.03.29

[늦은 밤이면 벽에 등을 기대고 원고를 교정한다. 이런 때일수록 검열의 무게가 제법 무겁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단어를 검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삭제하라는 붉은 돼지꼬리를 내 손으로 긋고 있지는 않을까.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편지의 전달자 '나'12.5%먼 곳의 아가씨12.5%밉살맞게 참견하는 친구25%편지를 가로챈 병원의 의사...

(기력을 잃은 듯 창백한 낯을 한 채로 어슴푸레 밝아 뵈는 집을 등지고 멍하니 걷는다. 답장이 오지 않으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저 멀리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인다.) 세훈52.9%사내35.3%의신11.8%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눈에 잠시 생기가 돌았다 금세 사라진다 소년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 그럴 것이 우체국은 진작에 문을 걸어...

21.04.13~21.0423

오래간만에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술잔을 기울이는데 집 밖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누구일까. 우애하는 이 윤 20% 희미한 기억의 사내 33.3% 마감 독촉하러 온 태준 20% 깜빡 잊은 소포를 주러 온 세훈 26.7% 등불을 조금 밝혀 어둠을 내몰고 용기를 얻고자 술잔을 가득 채워 입 속으로 털어넣었다. 대문 밖의 그는 발자국 소리를 일...

20.11.08~20.11.13

[어찌 벌써 11월이 한 주가 다 갔습니다. 다들 안온하신지요. 저는 여전히 히카루상의 편지를 기다리고 후회하고 하는- 더불어 벗과 대작을 하거나 밤마실을 나가 어둔 사내를 만나는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하지요. ] 가벼운 인사를 쓰던 도중 무거운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누구일까? 마감 독촉하는 총을 든 이 58.3% 마감 싫고 술이 좋은 이 16.7% 홍안의...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달도 뜨지 않은 어느 밤에 술에 취해 맨발로 거리를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하늘과 통금 시간이 한참 지나 사람의 온기가 사그라들어 서늘해진 거리에서 발바닥에 온갖 생채기를 달고 자박자박 걸었습니다. 그때 골목 끝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이기에 처음엔 순경인가 싶어 꼼짝없이 쓴소리라도 듣겠거니했는데 글쎄 가까이 가...

[여전히 답장은 없다. 바람이나 쐬려 밖으로 나선다. 숙직실에선 세훈이의 코 고는 소리가 잔잔하게 세어나오고 윤이는 어딜 나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근래들어 날이 제법 차가워진 것이 떠올라 두터운 코-트를 걸치고 밖으로 나선다. 이런... 달빛 한 점 없는 풍경이 낯설다.] 돌아간다. 18.2% 밤마실을 계속한다. 81.8% [그저 걷기만 한다. 적막한 밤공...

20.08.20 ~ 20.08.28

몸이 찌뿌등해 편집실을 돌아다니다 벽에 걸린 중절모를 발견했습니다. 제 모양새가 궁금하니 써본다 92.9% 주인이 있으니 건들지 않는다 7.1% [주변을 둘러보다 헛기침하며 쓰고 거울 앞에 섰다. 기분전환도 할겸 밤마실을 나갈 것인가?] 졸음이 밀려오니 나간다. 85.7% 다리가 아프니 관둔다. 14.3% [기분전환도 할겸 나가기로 한다. 미츠코시 백화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