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 前_21

光 前 히카루상. 안온하신지요? 그간 일절 편지가 없어 상심하신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편집실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저 또한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몹시 기쁜 탓에 이리 급하게 편지를 적습니다. 하루빨리 당신을 뵙고 싶습니다. 열두 달 열흘. 해진으로부터.

光 前 바람이 매서운 때입니다. 숨통을 트려 조금만 걸으면 손이 시리고 붉게 부르트곤 합니다. 곧 비 소식이 있다지요? 가을은 속절없이 지나갔고 이젠 진정으로 겨울이 온듯합니다. 낮은 따스하고 밤은 추위가 살을 에는 듯하니 고뿔에 걸리기 쉬운 때입니다. 조심하세요. 十一月 二十七日 海振.

光 前 히카루상. 안온하신지요? 마름달도 그새 보름을 넘겼습니다. 가을을 넘어 겨울로 치닫는 달이라 하여 십일 월에는 마름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지요. 곧 있으면 소설(小雪) 이 다가오는 때입니다. 요즈음 기온이 높아 눈이 어여쁘게 나리는 광경을 볼 수 잇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혹여 그날에 눈이 나린다면 당신께서도 그것을 구경하고 계시겠지요. 당신과 함께 구...

光 前 히카루상. 안온하신지요? 벌써 올해가 두어달 남짓 남았다는 사실이 기가 찰 따름입니다. 편지를 스무날 동안이나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함하면서도 당신께서 편지를 기다리시며 조급한 마음을 가지신 것은 아닌가 하여 무척이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여 다른 때보다 일찍 편지를 씁니다. 서양의 명절도 있었고 하여 그러한 것이니 너무 노여워 마시기를...

光 前 히카루상.안온하신지요? 편지가 늦어 미안합니다. 가을은 어디로 사라지고 금세 겨울이 온 것만 같아 기분이 울적하기도 하고... 그런 날이 연속입니다. 비가 지나가고 나니 더 추워진 것 같습니다. 고뿔이 들까 염려스러워 밤마실을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요즈음입니다, 소설은 어떻게 되어가시는지 퍽 궁금합니다. 답장이 없으시니 당신의 안위가 궁금하다가도...

光 前 애정하는 히카루상. 근래들어 날이 부쩍 추위진 것이 느껴집니다. 곧 가을이 무르익어 단풍이 곱게 물들겠지요. 히카루상. 이렇게 당신께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쳐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고는 합니다. 당신께서 주신 영감이 나를 살게하니 저는 당신께 제 생을 담은 글을 드리겠습니다. 사모합니다. 九月 三十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히카루상. 한가위 잘 보내셨나요? 금새 연휴가 지나고 나니 날이 더욱 쌀쌀해졌습니다. 조금만 춥게 잠들면 아츰에는 기침이 터져나오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고뿔 조심하시고 소설도 쉬엄쉬엄 쓰세요. 글을 쓰고 싶어도 펜을 들 수 없을만큼 열이 오르면 퍽 곤란할테니까요. 이만 줄입니다. 九月 二十三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편지가 이틀이나 늦었으니 제가 어찌 당신께 낯을 들겠습니까. 허나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리 바삐 펜을 놀리니 부디 너른 마음으로 용서를 해주시길 청합니다. 당신을 의심하여 편지를 아니 보낸 것이 아니고 단지 마감이 급박하여 그런 것입니다. 예. 칠인회 회지요. 그으...기실 그 회지라고 할 것이 진정으로 나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光 前. 히카루상. 안온하신지요. 벌써 八月의 마지막이 다가왔습니다. 기실 하루가 더 남았으나 시간이 이리 달음질을 하니 이리 급하게 편지를 적습니다. 낮에는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다가도 해가 떨어지면 꼭 겨울인양 몸이 시리니 금방이라도 고뿔에 걸릴듯 폐가 차가워집니다. 그러니 히카루상께서도 부디 몸 조심하세요. 나는 당신을 의심치 않으니 걱정을 놓아두세요...

光 前 근래들어 달이 뜨는 시각에는 바람이 제법 찹니다. 고뿔 조심하시고 다음주에 오는 장마도 조심하세요. 처서까지 지나간다며는 진정 가을이겠습니다. 마감이 늦어 이만 줄입니다. 八月 二十一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혹여 당신께서 나를 마주하는 날이 온다며는 당신께서도 저를 반기시렵니까?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가 종을 울릴 때에도 그 잔잔한 슬픔과 함께 저를 안아주시렵니까? 八月 十日. 海振으로부터.

光 前 7월이 다 지나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어쩐지 달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서운하기까지 합니다. 날이 더웁다고 찬 것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배앓이를 하신다면 퍽 곤란할 테니 말입니다. 밤이 늦어 이만 줄입니다. 七月 三十一日 海振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