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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글 독자님의 아홉번째 서간 직전 도중에 각자 소유한 서간- (기억속에 남은 떠나보낸 추억-과 같은 소중한 마음들)들을 회상하게 되어 이렇게 갑작스레 근 1년이 다 되어가는 이때에 능청스러운듯이 펜을 드는 것을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간을 쓰고 싶은 어느 날에 편지를 부칠 이가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외롭고 슬픈 일이더군요. 그간 다망함을 여러 ...

23.08.23~23.08.30 이벤트 중

세훈아. 너의 이름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 처음이구나. 너의 첫 편지를 받았던 그날의 떨림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단다. 나의 텅 빈 마음이, 오로지 슬픔과 공허, 그리움만이 느리게 부유하던 나의 마음이 너의 글로 어둠을 밝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단다. 너의 글이 나를 살게 했고 버티게 해주었단다. 계속해서 글을 쓰게 해주었단다. 그것만으로도 너는 내...

* 받은 글 사는 일이 거대한 장례식일 뿐이라면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한강 _회상 中 일전에 제가 그랬지요. 죽음이 목전까지 차오를 때면 다시 살고 싶어지는 모든 것들을 떠올린다고. 이 지옥같은 한철을 견디기 위해 무엇이든 쥐고 써내려간다고. 게속해서 걷기 위해 애쓴다고. 서글픈 태양을, 화사한 달빛을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쏟아지며 통증을 ...

鳥

*받은 글 흰 원고지를 붙들고 계속해서 글을 쓰다보면 자꾸 욕심이 나서 펜을 놓을 수가 없었다. 타오르는 생. 들불처럼 번져갈 나의 마른 생. 가을이 다시 찾아오면, 하늘이 나를 壓殺하려는 듯 낮게 내려오면 나는 기꺼이 그 밑으로 들어가 죽으렵니다. 요동치는 계절의 내음에 더러운 폐를 깨끗이 씻어내고 나를 사랑하는 글자들에 뒤섞여 달큰한 꿈을 꾸렵니다. 내...

哀愁

*받은 글 哀愁. 그리움이란 천정에 비추인 물결의 반사광 같아서 손 뻗어 잡기에는 어려운 것. 섧음이란 명치께에 걸린 슬픔이 내려가지 않는 것. 그것들로 빚어진 우울이란 시커먼 강 속으로 침수하는 것. 물결 위로 일렁이며 빛나는 色들을 등지고 가라앉는 것. 어떠한 탄생이란 그 침수를 박차고 다시 살아내는 것. 폭발로 하여금 새로이 뱉어내는 것. 왈칵 터져나...

*받은 글 천천히 숨을 뱉는다. 국화꽃이 단 위에 놓인다. 손에 쥐기 어렵지 않게 잘 정돈한 생화가 향 옆에 놓인다. 죽지마. 죽지마라. 제발. 열병에 시달리며 얼핏얼핏 들었던 젖은 목소리로 생을 얻은 것이다. 내게 들러붙은 검은 것을 싹 씻겨준, 당신의 품에 안긴, 땀에 젖은 낯 위로 당신의 생이 내게 왔는가 보다. 그것이 사랑이었나. 새가 날었다. 훠이...

*받은 글 無限大=無限小, 그식을어찌증명하느냐고누가묻던가나는답한다그한없음에허무를느꼈노라고. 내가 죽은 이후에도 시간은 흐를 것이다. 그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담 無에 관하여 글을 써볼까. 하고 펜을 들면 내겐 온갖 검은 것들에 관한 글이 나온다. 곱게 갈린 먹, 눈이 나린 산의 윤곽. 깊은 밤의 어둑한 바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새카만 파도 소리. 감은 눈...

받은 글 나는 걷는다. 남은 생을 갉아먹으며. 나를 녹여낼 수 없다면, 변할 수 없다면, 그것은 죽음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는 이 편지의 수신인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햐여 사는 것이느냐고. 누군가 나에게 위와 같이 묻는다면 나는 즉시 답할 것이다. 남길 수 없다면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고.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무엇으로 ...

*받은 글 여기에. 이곳에 내가 있다. 이 글 속에. 내가 적어내는 모든 글 속에 내가 존재한다. 이렇게 살아있다. 꺾어짐이란 한 마디로 형용할 수 있는 감정과도 같다. 쉬이 구부러지는, 제가 구부려졌는지도 모르고 허리를 꼿꼿이 편 줄로 안 형용할 수 없는 감정과는 정 반대요, 그러나 꼭 닮은드키 느껴지곤 하는데 비유를 하자면 즉. 거울이다. 그러한 토막난...

답신에 대한 짧은 작문.

* 李 독자님과의 대화 * 드린 글 * 받은 글 째깍째깍 시계 소리 잘도 넘어간다. 목숨줄 경각에 달렸드키 깔딱깔딱 잘도 넘어간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 비좁은 초침 사이, 그 간극에 그는 살아있다. * 손 끝에서 쏟아지는 어떠한 세계. 노란 꽃 송이송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그 우에 네댓살 먹은 아해가 신 벗고 뛰어놀드키. 그러한 몽중을 경...

소원권에 대한 답신

@ : 글 주제는… 선생님이요. 해진선생님. 작가로서의 선생님. 아무도 모른다. 이곳의 누구도. 글 밑에 숨겨둔 깊은 마음을. 본래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느 누구가 그렇듯 농조를 섞어 "천재," 한 마디로 일갈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슬프게도 나는 그런 성정이 되지 못하므로 펜을 들어 이리 두서없이 적어내는 수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우애...

윤이. 내 기다리고 있어. 내 부탁. 들어줄 거지? 자네만 믿겠네.... 3월 17일자 전보. 윤이. 항상 고맙고 미안해.... 내 추후에 술이라도 사겠네. 3월 19일자 전보. 윤아. 앞으로 보기 어렵겠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구나. 내 한 평생동안 벗이 너 하나였으니. 물롯 편집실 식구들이야 당연... 아. 그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고... 내, ...